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2004년 1월 9일

2004/01/09

어제는 일찍 퇴근을 해서.
들어오는 길에 빵집에 들러서 땅콩크림빵과 애플쨈소보루빵을 사고.
그간 한 번도 안 해본 온라인 RPG 게임을 잠깐 했다가.
택시비가 없다는 동생의 전화를 받고 새벽까지 기다렸다가는.

잠이 안와. 잠이 안와. 감기약을 먹었는데도. 아니면 감기약을 먹었더니. 잠이 안와. 하다가.
새벽녘에야 잠이 들었다.

간만에 연 며칠을 연속으로 일찍 출근해서.
일출전에 구내식당에서 아침식사를 하고.
오늘은 꼭 그 버그를 잡아야지. 곰곰히 생각하면서 연구소에 들어왔다.

“미치도록 잡고 싶었습니다. 버그의 추억”

버그 투성인 디버거로 NUCLEUS OS의 네트워킹 스택을 헤집어 까기를 일주일 째.
디버거의 버그가 뒤통수를 쳤다는 사실이 저녁 무렵에야 확증되었다.

간 밤에 잠을 못 자서 일찍 퇴근을 할 까 했는데.
파트장과 잠깐 이야기를 하다 보니 타이밍을 놓치고,
막판에 더 깊이 깊이 추적에 추적을 하다가.

퇴근 버스에서 한 숨 자고.
양재역에서 내려서.

담배 한 갑을 사고.
한 대 피고.

내일은 그 버그를 꼭 추적해 볼 까나. 하면서 집에 들어왔다.

그냥 멍한 식으로 관조할 만하지만.
그냥 머엉~ 하지는 않은.

하루.

돈은 적당히 버느냐. 타이틀이 어떠느냐. 얼마나 생각있고 계획적으로 살고 있느냐.
등등을 따져 내 자신에게 뿌듯하다며 스스로에게 사기를 쳐 가면서
일탈에의 면죄부를 위조하던 시절도 있었듯이.

이제는 그런 시절을 가끔은 접는 시늉을 내며.

몇 클럭.

오늘도 틱.틱.틱. 흘렀는가 싶다고.


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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